[연극] 염쟁이 유氏 - 귀천(貴賤)없이 귀천(歸天)하다
염쟁이 유氏 - 귀천(貴賤)없이 귀천(歸天)하다
작 김인경
연출 위성신
출연 유순웅, 임형택, 신현종
공연 기간 2013.04.23 ~ 2013.09.29
문화일보홀
공연일정
TUE~FRI 20:00 / SAT,HOLIDAY 18:00 / SUN 15:00
CLOSED ON MONDAY
죽음이라는 주제는 어떻게 다루건간에 무거운 주제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연극은 진중하면서도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고 왔던 연극이다.
연극은 염(殮)이라는 장례 절차를 통해 사람의 죽음을 풀어낸다. 이는 정확하게 습염(襲殮)이라고도 불리는데 사전적 정의로는 고인의 입관 전 시신을 깨끗이 닦고 수의로 갈아 입힌 뒤 입관할때까지의 절차를 말한다. 이를 줄여서 '습' 혹은 '염'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장의사라고도 불리는 염쟁이는 첫 등장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등장한다. 장의사 역시 우리 사회에서 '사'자 붙는 그런 직업인 것이다. 현재의 의사직 역시 과거엔 백정과 비슷한 계급으로 천대 받던 직업 중 하나였다. 이와같은 직업 귀천의 변천사를 보았을 때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어 보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회에서에서는 항시 그 귀천을 가르기 바쁜 듯하다. 하지만 이런 귀천(貴賤)도 죽음에 당면한 인간에게 있어선 모두 똑같이 귀천(歸天)한다는 것이 이 연극에서 말하는 바이다. 천귀영화를 누렸든 빈한 삶을 살고 갔든 행복했든 불운했든간 서로 다른 인생을 지나 결국은 모두 싸늘한 관속에서 썩어 사라지는 것이다.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삶이 된다. 삶이 차곡차곡 쌓여 죽음이 된다.
극에서 말하는 것처럼 일상은 쌓여서 삶이 되고 그 삶은 또 쌓여 점차 죽음으로 다가간다. 다들 서로 다른 일상을 삶을 살아가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 어찌 남겨질 것인가. 우리사회의 흔한 모습으로 고인을 보내는 자리에서도 그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유산(遺産)이니 유서(遺書)니 하며 떠나는 자를 가슴에 품지 못하고 허황된 자본의 그림자만을 쫒는 일이 잦게 일어난다. 극 중에서도 이러한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다. 극에는 이런 대사로 상황을 정리한다.
사람은 한번 누구나 죽어. 그런디 죽어서 땅에만 묻혀 버리고 살아남은 사람의 가슴에 묻히지 못하면 그게 진짜 죽은거여..
죽음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혹 부모님의 영정사진찍기, 직접 수의 준비하는 것을 우리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 그것이 반드시 부모님으로 빗댈필요는 없다. 자신의 수의를 직접 준비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이는 죽음을 준비함과 동시에 삶을 끝을 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끝을 바라보고 생각한다는 것은 그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다. 그저 물 흐르듯 지켜보기만하던 당장의 삶만 보는 것이 아닌 고개를 들어 남은 생을 보다 보람있고 의미있게 살겠다는 표현의 방식인 것이다.
아버지를 첫 염으로 보내드리고 관객을 동반한 유씨의 마지막 염은 하나 있던 아들의 염이다.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극중연기를 바라볼 때 그 격한 감정이 전해져 관객은 일제히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죽음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래.. 정말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어쩌면 산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은 아닐까.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으나 유쾌하게 볼 수 있던 <염쟁이 유씨>를 통해 바라본 '유씨'의 삶은.. 우리 관객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막을 내리는 그 순간에도 그 것은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죽음을 의미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