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바노프 - 누군가의 이바노프, 불평불만 이바노프
이바노프 - 누군가의 이바노프, 불평불만 이바노프
작 안톤체홉
번역 연출 강태식
출연 남성진 권성덕 이주실 장보규 전국향 손종학 배해선 김홍택 김태한
서숙영 문지영 박그리나 김수현 오주원 정유진 안민호 김수미 김아진
김진욱 윤석민 진성웅 장준현 차두리 박상희
공연기간 2014.07.10-07.20
공연일정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 3시
공연장소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누군가의 이바노프
이바노프라는 인물은 하나인데 그를 바라보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우리는 흔하게 누군가의 일면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고는 한다. 포스터 속 이바노프의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측면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정면이다. 온전한 하나의 객체가 아닌 보이는 일면만을 진실인 양 치부한다. 연극의 포스터는 이런 우리 일상에서의 오해와 편견어린 시선을 보여준다.
아녜요, 의사 선생, 우리는 첫인상이나 두세 부문의 외모적 특징으로 서로 서로를 판단하기엔 너무나 많은 바퀴와 나사, 벨트관을 지니고 있어요. 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요. 당신은 훌륭한 의사 선생일지는 몰라도, 인간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자신을 너무 과신하지 말고, 내 말에 동의해요.
(중략) 나는 당신과 한 번도 의견이 맞은 적이 없소.... (중략)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거요? 어떻게?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당신이 나를 더 잘 안다면, 분명하게 말해줘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아내 안나의 주치의 르보프와의 대화 중 이바노프의 대사이다. 자신의 정직함과 신념에 의거해서 르보프는 ‘르보프의 이바노프’라는 인격을 만들어냈다. 르보프 뿐만이 아니다. 마을 내 구성원들은 각자의 눈으로 이바노프를 바라보고 판단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한 점의 의심도 하지 않는 오만과 그 오만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고 이를 정의라 치부한다. 이러한 판단으로 인해 특정한 인물들은 여러 인물과 장소를 통해 수 없이 구설수에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불평불만의 이바노프
극 중 이바노프의 심중을 알 수 있는 것은 작품 포스터의 표어에서 부터이다.
난 더 이상 산다는 것이 지친다.
매사에 불평과 불만 가득한 이바노프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자신에 대한 경제적 무능함과 이바노프의 숨을 옭아매며 평생을 함께할 부정적인 관계들, 그리고 악의적인 주변의 시선들이 그것이다. 그는 자신이 감당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부당함과 회의감과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현실을 무거운 짐처럼 느끼고, 현실을 부정하고 불평, 불만을 멈추지 못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인물 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어른의 모습이다.
사샤와의 관계는 그에게 잠시 현실을 외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그 관계 역시도 그에게는 자신에게 짊어질 의무감과 책임감에의한 몸부림만이 남게 된다. 현실에대한 중압감에의하여 이바노프는 결국 회피책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이바노프는 ‘러시아 상류층의 지성인‘으로 표현되지만 그에게는 이는 허울뿐인 수식어이다. 주변인들의 인정도, 감당하기 힘든 가족들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실에 대한 자기만족을 느껴 본적 없는 이바노프는 자신을 대표하는 수식어와는 비교되며 상대적으로 더욱 초라한 모습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