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사랑의 사막> - 프랑수아 모리아크 ; 전해지지 않는 모래벌판에서의 외침
사막에서 방황하는 각자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
막연한 단어 몇 개로는 격정적인 내면세계를 도저히 표현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유창한 흐름과도 같은 복잡한 감정으로부터 어떤 것은 표현하고, 어떤 것은 삭제 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타인이 본인의) 마음 속에 울리고 있는 이 심오한 음악을, 가슴 찢는 불협화음을 이해 할 수 있을까? – 본문 p.62
이 소설을 소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쉰두 살의 아버지와 열일곱의 아들이 한 여인을 사랑한다’라는 것이 소설의 가장 포괄적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이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단순하게 연인 사이의 사랑 뿐만이 아니라, 쿠레주 박사와 그의 아들, 레몽 쿠레주(父子), 쿠레주 박사와 쿠레주 부인(夫婦), 박사와 딸 마들렌(父女), 박사와 노부인 쿠레주(母子), 박사와 마리아(戀人: 愛/尊敬), 레몽과 마리아(戀人: 慾望/沈默) 등 수많은 관계 사이에 오가는 내면 이야기가 소설에 담겨 있다.
이들이 경험하는 제각각의 사랑은 작가의 입을 통해서만 전해진다. 때문에 그 사랑의 존재를 아는 이는 그 당사자와 작가, 그리고 독자 뿐이다. 전해지지 않는 그 사랑은 외사랑으로 상대방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작가는 그 작은 소설 책 안에 하나의 광활한 모래밭을 펼쳐 놓고 각각의 인물들을 그 모래 밭 위에 누구도 누군가를을 찾을 수 없도록 엇갈리게 배치해 놓고 내려다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모리아크는 심리주의 작가라는 수식처럼 소설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내적 갈등과 고통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에선 각 인물들의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각자가 가진 내적인 갈등을 보여준다. 물 흐르듯 설명되는 이들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인물들에게 이입되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구나’라고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되는 순간 인물 중 누구도 옳다고 할 수 없고 누구도 그르다 할 수 없으며 우리는 그 누구에도 돌을 던질 수 없게 된다.
저자 모리아크의 눈
이 소설을 접함에 있어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모리아크가 심리, 심정들을 이미지로 옮기는데 탁월 하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문과 창문들을 닫아건 후 자리에 길게 누웠다. 정원 사이에서 새들이 혼란스러운 잠꼬대 같은 단속적인 울음을 내지르고 있었다. 전차와 사이렌 소음이 교외의 고요한 공기를 진동시켰고, 거기에 토요일을 맞아 술에 취한 사람들의 노랫소리도 가세했다. 그럼에도 마리아 크로스는 침묵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 침묵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그녀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침묵이었다. -본문 p.164
곳곳에서 보이는 이러한 감정의 이미지 서술은 한마디로는 정의 할 수 없는, 그러기엔 턱없이 부족한 감정들이다. 처음 인용한 책의 구절처럼 심오한 음악이자, 찢어지는 불협화음 같은 누군가의 마음을 모리아크는 훌륭하게 전달한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