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1만 시간 동안의 남미Ⅰ,Ⅱ,Ⅲ
이 작품은 '1만시간동안의 남미'의 후속작인 '1만시간동안의 아시아'를 통해 알게된 작품이다. 책의 저자는 소심하면서도 강단있고, 불만이 가득하면서도 현실에 수긍할 줄 아는 사람이다. 처음 이 책에 대한 흥미는 읽기 쉬운 문장구사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눈에 띄는 이 책의 특징으로 박민우 작가만의 문체로써 이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자 자신도 그렇게 이야기 하지만) 이 저자 조금 이기적인 남자다. 동시에 무척이나 소심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것에 기분 상하고 토라지기기도 하는데 저자는 그런자신을 두고 A형의 결정체라 말하기도한다. 긍정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생각이 많은 남자라고도 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불만도 많지만, 막상 닥친 일에 대해서는 현실에 수긍하고 적응하고 또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는 그런 사람이다. 불신의 불신을 거듭하는 사람임에도 허무하게 타인에게 긴장을 풀기도 하는면이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서적이 다른 여행 서적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저 여행지에서 보낸 자신의 시간과 공간만을 나열 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소중한 벗들과의 색다른 이야기가 흥미롭고 즐겁다. 이런일도 있고 저런일도 있고, 여러 사람을 만남으로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의 무언가. 홀로 여행하면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관계들과 이야기 거리들은 독자로 하여금 또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것인가 기대하게끔 만드는 것이 있다. 또한 앞에도 말했듯이 이 작가만의 문체가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에 있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이 있다.
왜 왔을까? 나에게는 어떤 감흥도 주질 못했다. 아침에 BBQ, 저녁엔 교촌치킨을 먹었는데, 다음날 누가 강원도 양구의 페리카나 치킨이 끝내준다고 해서 그 치킨 먹으러 고속도로타고 인제계곡까지 넘는다면 그 기분이 나 일 것이다.
자 어떤 기분인지 상상이 가는가? 이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순식간에 정독 해버린 힘이다. 그의 표현력은 무척이나 신선하면서 독자에게 와닿는 능력이 있다.
앞서 소개한 <책은 도끼다>에서도 소개된 한문구절이 하나 있다.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이라는 구절이다. '보기는하되 보지 못하고 듣기는 하되 듣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쉽게 설명하면 '시청(視聽)'은 그저 의식없이 그냥 보고 듣는 행위를 뜻하고, '견문(見聞)'은 자발적인 의지가 담긴 보고들음을 의미한다. 나는 현재 책을 통하여 시청했고, 이 책의 작가는 여행을 하며 그의 견문을 넓혔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그저 그곳이 멋진 곳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본다면 그곳은 그 이상일 수도 이하 일 수도 있다. 우리가 여행기를 읽는 까닭은 그만큼 여행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 자신은 아직 견문에 나아가지 못하고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시청에만 그칠 수 도 있다. 나는 그저 '도전해 보지도 못한 패배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전이라는 것은 항상 즐겁다. 어떤일이 벌어질 지 모르고 어떤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직 나에게는 먼 이야기가 될수도 있겠고, 바로 내일이 될 수도 있겠다. 아직은 현실에 치여 상상에만 그치는 여행이지만 나도 언젠가 이 저자처럼 여행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