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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상남도 통영] 2011.12.31 - 2012.01.02 (그 첫날)

Nom1000 2012. 2. 6. 00:27


   실은 다녀온지는 꾀 된 뒤 늦은 여행 포스팅이다.

  대학은 방학이 일찍이라고는 하지만 그당시 방학을 하고도 2주가 지나서까지 과제에 치여살았던 나로서는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차있었다. 23 이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나이. 하지만 현실은 하고 싶은 분야도 잃고 뭣도 없이 방황하는 불쌍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28일 과제를 모두 마치고 막연하게 4학년을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에 문득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 이 여행이었다.

   문득 핸드폰으로 지도를 키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대한민국 각국을 쳐다봤다.

  그저 혼자 무엇이라고 둘러보고 오면 마음이 정리될까 싶기도 했고, 이왕이면 아무도 모르는 한산한 장소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경주, 대전, 삼척, 부산 등의 이름난 장소는 모두 패스하고 그 근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경상도를 둘러보던 중 통영을 보게 되었는데 문득 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근 해로를 살펴 보았다. 눈에 띈 것은 경상남도 통영 끝자락에 위치한 '욕지도'라는 작은 섬이었다. 그렇게 하루만에 욕지도에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뱃시간, 여행코스 등 모두 알아보았다. 문제는 숙박이었는데, 이건 뭐 여객선 터미널에서 자면 되겠지 싶어서 패스 했다. 본디 사우나 같은게 있던 것 같은데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면사무소까지 전화해봤는데 폐장한지 오래란다. 그렇게 숙소도 정하지 않은 채 막연한 여행계획만을 가지고 대담한 한 여자의 배낭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에서 한가지 조언하자면 숙소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후일 말하겠지만 개고생하기 싫다면 말이다. 물론 본 화자는 여행도중 운이 좋았다)



  솔직히 홀로 첫 여행 첫날은 엉망진창이었다. 시작부터 좋지 않았었다.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통영에 도착하자마자 약국부터 찾아 돌아다녔고, 장기간의 고속버스는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날 지치게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가는 도중 들으려고 충전에 음악까지 빵빵하게 채워온 ipod은 근래 잠잠하던 잦은 고장이 발생해 음악 한곡도 듣지 못하고 사망해 버렸다. 무척이나 불안불안한 여행의 시작.!


  그래도 막상 통영에 도착하니 한결 편해진 마음과 이박삼일 여행의 시작이 되었음에 두근되기 시작했다! 이제 '욕지도'로 가는 항구로만 가면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발빠르게 차편도 알아보며 본격적인 출발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사를 했다해도 그건 겨우 하루 급하게 조사한 자료들 뿐이었고, 인터넷에서 구한 자료라는게 또 너무 단면적이었던 터라,터미널에서 내려서 한참을 통영에대해 물어보고 다녔다. 후한 인심을 부여주시며 이방법저방법 알려주시던 통영시민 분들에 의해 얇은 귀로 목적지까지 가는길이 휘청하기는 했지만 뭐 그래도 대략적인 자료는 다 구한 터여서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실은 여객선터미널로 가는 길내내 통영 주민분들께 조언을 많이 구했다. 버스를 한번에 타고 갈 수 있었는데, 진로변경이 살짝 있어서 버스를 몇번이나 갈아 탔었다. 그런데 통영 분들은 타인이 길가는 것을 붙잡는것에대해 익숙한 것인가 이유없이 친절하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이 붙잡으면 인상부터 찡그리는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느낌.(실은 내가 그렇다..) 이곳에서는 한 분에게 길을 여쭤보면 옆에서 서로 자신이 알고계신것을 알려주시느냐고 내가 있던 버스정류장이 들썩들썩 하는 모습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좋게 말하면 생각정리,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현실도피로 떠났던 여행은 배를 타고 나서부터 진짜였다. 춥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멀어져가는 육지를 바라보고 있더라면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육지가 멀어지는 모습과 함께 내가 고민하고 있던 보잘것 없는 현실도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처음 계획은 거창했었다. 천황봉 B코스에 덕동해수욕장도 들렸다 와보고 싶었고 새에덴동산도 들려보고 싶었다. 그런데 도착한 욕지도는 생각만큼 등산로가 잘 개척된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곳에 여행왔던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가지고 와서 이미 펜션등을 예약한 사람들이었다. 혼자 걸어서 여행을 하려고 했던 나에게는 조금 버거운동네였다. 실은 걸어서 등산로 찾아가다가 길 잃고 방황을 몇번이나 하고 한시간 이후면 해는 지는 시간이지, 외딴 숲길 걷고 있는데 까마귀는 울고 있지,  욕지도에 한 인식이 나에게 삶의 여유를 돌려줄 환상의 섬에서 우울하고 음습한 동네로 바뀌는것은 한순간 이었다.

  이때부터 갑자기 두려워져서 오르던 산도 포기하고(그대로 산행을 진행하다가는 해가진채로 산에 남겨질것 같았다:^<) 빠른걸음으로 사람 많은 마을로 내려왔다. 한마디로 겁쟁이의 비애였다.

  현실을 고민하고, 잊고, 해결해 보고자 해서 왔던 여행이 또다른 '현재라는 시간'의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춥지, 숙소도 없지, 배고프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것이 춥고 배고픈 것이라 했다. 마침 여객항 근처에 잉어빵과 오뎅을 팔고 있었는데,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이곳의 특산물이 아니면 절대 먹지 않겠다고 한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당장의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할 곳이라고는 이곳 밖에 없었기에 잉어빵을 먹으러 천막으로들어섰다.


  여기서부터 운이 조금씩 트였던 것 같다. 잉어빵아주머니를 만나고 나의 불쌍한 처지를 함께 이야기 하다가 아주머니네 댁에서 잘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밥도 거하게 얻어 먹을 수 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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