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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통영] 2011.12.31 - 2012.01.02 (2일차 - 일출) 본문

여행

[경상남도 통영] 2011.12.31 - 2012.01.02 (2일차 - 일출)

Nom1000 2012. 2. 6. 01:43


  그렇게 운좋게 머물렀던 잉어빵아주머님댁은 대가족이었다. (실제로 잠은 아주머니네서 잤지만 주로 작은집에서 시골에 잠시 내려온 다정이, 태랑이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식사했다) 첫날 숙소도 그렇고 둘째날 해돋이까지 여러가지고 신세를 많이 지었던 가족이다. 웃으시면서 별것 아니라며 되려 혼자 여행온 나를 걱정해 주시는 모습에 다시한번 감동.

  실은 통영까지 해돋이를 보러간 것은 아니었다. 워낙 성격이 무미건조한 탓에 1월1일은 해보는 날 이런 개념도 없는것이 현재의 나다. 굳이 새천년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마음가짐만 있다면 그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구태여 1월1일에 해돋이를 보러 바닷가로 몰려드는 그 광경이 나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전날 태랑이네 가족 분들이 해보러 온거냐며 자신들도 내일 해보러 갈건데 같이 가자고 하셔서, 온김에 해돋이도 함께 보고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나이가 드니까 이상하게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은느낌이 든다. 최근까지 너무 아무생각 없이 어리게만 살다가 급격히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커진 것 같기도 하고....(는 그냥 조크.)

  막상 해돋이를 보러 올라오니 설렁설렁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전망좋은 전망대에 바짝 붙어서 은근슬쩍 소원을 빌어봤다. 나도 참 이중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긴했다.


  처음 이래도 저래도 상관 없지 하는 마음은 어느새 씻은 듯 사라지고, 나는 구름이 껴 보이지 않는 해는 보이지 않고 날만 밝아오는 것에대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 당시를 설명하자면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해평선조차 보이지 않았었다. 새천년전망대에 모인 1000여명의 사람들이 그렇게 해가 뜨기만을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순간 이곳에 왜 온 것인가 생각했다. 흐릿한 저 하늘 만큼이나 내 2012년도 저렇게 되면 어찌될까 싶었다. 그때 문득 옆에서 들려오는 한 아주머니의 음성이 있었다.

  " 아들아 소원은 빌기만 하는게 아니라 네가 그만큼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거 알제?"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본디 목적이 해돋이도 아니었는데, 혼자 신나서 소원빌고 해가 뜨고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었으니, 이것이 목적전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난 목적 잃은 채 일출만을 바라보며 아무런 노력 없이 2012년 신년 소원성취만을 바랐던 것이었다.

  물론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노력한만큼 돌아온다는것.
  하지만 이런 간단한 사실이라도 우이독경처럼 흘려듣던 말이나, 단순하게 도덕책 같은 내용에 흘려 보던 내용을 실제로 와서 경험하고 깨닫고 느끼는 것은 차이가 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하지 않던가. 직접 경험해 보는게 더 크게 마음에 와닿는 것이다.

  아주머니의 그 한마디로 난 그저 구름낀 하늘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고는 바로 그자리를 벗어났다. 사람많은 곳을 원했던 것도 아니고 한적하게 혼자 생각이나 정리하고자 했다. 언덕을 내려와 태랑이네 가족의 차가 주차된 곳까지 내려왔다. 그렇게 멍하니 조용한 곳에 앉아 나름의 해탈을 경험했던 것 같다. 전망대 만큼이나 좋은 전망은 아니었지만 해돋이도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이후에는 낮에 '욕지도' 인근에 위치한 '연화도'라는 섬에 갔었다. 산행도 해보고 아찔한 출렁다리(그렇게 써져있었다:D)도 건너보고 멋진경치구경과 개고생도 해보았다. 그 둘째날은 연화도를 거쳐 다시 통영으로가서 육지땅을 밟고 찜질방으로 향했었다. 통영의 아름다운 야경은 실제로 다들 한번씩 보고 오길 조심스레 권해보겠다.

  여행 이야기를 모두 다 늘어 놓자면 아직도 쓸말은 많지만 포스팅은 여기서 마감하고자 한다. (새벽까지 포스팅을 하는것에 대해 피곤한 이유도 제외할 수는 없지만) 일출을 보면서 느낀 것이 가장 컸기 때문이라는 핑계아닌 핑계가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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