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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체실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 첫날밤의 파경과 파경의 행방 본문
[문학] <체실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 첫날밤의 파경과 파경의 행방
1960년대의 어느날 운명적으로 만난 이후 단 하루도 서로의 매력을 놓친 적 없는 나날들로 사랑을 지속하던 남녀가 있다. 각기 촉망 받는 재능에, 주변의 축복까지 받으며 오랜 연애를 끝내고 결혼에 성공한 두 남녀의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았던 첫날 밤의 이야기이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첫날밤! 그것에 대한 각자의 사정은 이러하다.
그 남자 에드워드
그 행위를 성공적으로 해내고자 하는 열망과 ‘너무 빨리 도달할지 모를 위태로운 상황’과의 줄다리기를 한다. 자신의 본능이 점잖고 세련된 지성 있는 존재로 남고 싶어하는 자신을 지워 버릴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 여자 플로렌스_ 성(性)적 접촉, 나아가 신체적 접촉에 대한 불가항력 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에서 이는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는 본능적인 두려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이 현상을 소설 속에서 플로렌스가 말하는 ‘정상적인’ 성적 관점으로 ‘그녀가 그럴 수 밖에 없었구나’라고 이해될 수 없다. 이것은 그저 그녀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것은 ‘비정상’이 아니라 그녀 자신에게 조차 명확하게 설명 불가능한 본능적인 기피이자 메스꺼움이다.
이 둘의 상반되는 본능_ 에드워드의 넘치는(?) 본능& 플로렌스의 성에 대한 본능적 회피는 이들의 첫날밤 그 방안에서 절정에 이르기까지 절대 입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서로를 사랑 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조심스러웠다.
그들은 홀로 생각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그들은 모두 대화보다 생각이 많았다.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때문에 비롯 된 것이지만, 이러한 배려는 두 사람과의 이질적인 성 본능의 ‘차이를 덮어버리고 그들의 눈을 멀게 했다(p.174)’
플로렌스는 에드워드가 첫날밤이란 특별한 날에 있어야 할 ‘그 행위’를 그녀에게 원할 것이고 그녀는 그를 위해 그것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여 있다. 에드워드는 연애 과정중의 플로렌스를 성적 수줍음을 가진 숭배하는 처녀라 여기고 있었다. 연애 때와는 다르게 그를 재촉하며 이 특별한 날의 특별한 행위를 이끌어주길 원하는 그녀를 보며 본능과의 내적갈등을 반복한다.
그들의 이야기
성적인 결합을 제외하고 본다면, 이 두 남녀는 플라토닉하게, 정말 순수하게 서로를 사랑했던 것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그날 밤 까지 서로를 위한 애정과 배려는 시들지 않으며 그들은 말 한마디로 서로에게 서로를 안정으로 데려다 주었다. “사랑해”란 식지 않은 말 한 마디, 서로에게 쉴 새 없이 감탄하는 그들의 모습은 성숙(成熟)했지만, 성숙(性熟)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아니었을까.
복숭아 빛 볼을 서로 마주보고 바라보는 두 소년, 소녀의 성숙(성숙)해 보이고자 노력하는 이 둘을 바라보고 있자면, 서로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나 이야기의 결말인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이 모든 수순이 풋내 나는 어린 날의 첫사랑의 경험을 기억하게끔 한다.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차이’를 알지 못한 그 간극만큼이나 그들의 파경은 더욱 절망적으로 끝이 난다. 서로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무너지고 각자의 수치심은 분노 혹은 두려움으로 이어지며 그들의 파경으로 내몬 상황의 시작은 플로렌스의 피부에 갑작스럽게 쏟아져 흘러내리는 에드워드의 ‘뭉텅뭉텅’한 ‘우유 빛’의 그것이었다.
결말을 암시하듯 소설은 중간중간 플로렌스가 에드워드를 이끄는 행위 뒤에 ‘일 분만 혼자 있었어도 도움이 됐을 터였다’며 지속적으로 언급 된다. 그녀는 첫날밤의 의무감을 가진 고통 속에서 헤엄치며 빨간 안내서의 조언에 따라 그 행위의 순서를 하나 둘씩 눈을 질끈 감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밟아 나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빠르게 찾아온 에드워드의 ‘뭉텅뭉텅’한 그것이 그녀의 피부로 흘러 내리는 순간 그녀는 이성의 끈을 놓치고야 만다. 자신에 대한 분노와 수치심으로 방을 박차고 나온 플로렌스와, 그녀가 나간 텅 빈방에 서서 어리둥절한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야 에드워드 역시 수치심과 분노를 느낀다. 그들의 수치심과 분노는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플로렌스가 느낀 수치심은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두려운 상황으로 나타나면서, 두려움에 의한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 에드워드가 느낀 수치심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모욕을 당했다고 여긴 것에서 시작한다. 모욕을 당한 그의 자존심은 분노로 이어진다.
플로렌스의 자기방어적 태도와, 에드워드의 플로렌스에 대한 분노로 치장된 태도가 이어진다. 서로를 사납게 물어 뜯는 것이 상대방뿐만이 아니라 자신 역시 상처로 너덜너덜해짐을 느낄 무렵, 플로렌스는 에드워드에게 그 시대적(1960年代) 사고방식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제안을 한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시작되게 된 둘이 가지고 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고 최대한 감정을 가라앉힌 채로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에드워드에게 이야기한다.
순수하게 서로를 사랑했던 둘의 사이에서 그 제안은 에드워드에게 모욕일 뿐이었기에 제안은 당연 실패로 돌아간다. 그렇게 그들의 결혼의 거울은 체실비치 자갈밭 위에서 깨져버린다.
노년에 완성된 B- 학점의 ‘인물론’ 신념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p.197)
역사는 필연적이며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던 지도교수의 <위대한 인물론>수업에서 에드워드는 강력한 개인이 운명을, 역사를 변화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결론을 냄으로써 B-의 학점을 받게 된다.
그는 시간이 지나 노년의 입구에서 상상한다. 길을 가다 우연히 플로렌스를 만나게 되어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데, 자신의 현재를 설명하는데 있어 걸리는 시간은 1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플로렌스, 그녀와 함께 했다면 자신의 운명이 변했을까?'라 에드워드는 생각한다. 그는 그렇게 인생 속, 역사 속, 강력한 개인이 되지 못한 채로 생을 미미하고 밋밋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파경의 파편
달콤해야 할 신혼여행 밤의 절망적인 파경의 결말을 품에 꾹꾹 눌러 안고 힘겹게 체실비치의 자갈밭을 헤쳐 나가는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나에겐 그들이 깨트린 거울조각(파경,破鏡)처럼 들려왔다.
소설은 그들의 깨진 거울 조각들은 합쳐지지 못한 채 끝이 난다. 하지만 독자로서 한가지 위안인 것은 적어도 그들이 아직도 서로의 품 안에서 ‘서로가 깬 거울 조각을 품에 간작하고 있구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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