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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별 이야기 - 둘이보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이야기 본문

문화 생활

소라별 이야기 - 둘이보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이야기

Nom1000 2013. 3. 8. 13:30

 

 

소라별 이야기

"둘이 보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음."

 

 

연출 백남영

출연 구기환, 장원, 박정원, 홍상표, 이준호, 이하나, 이나리, 홍다미

 

2013.02.14 ~ 2013.03.24

정동 세실극장

공연일정

2013.03.03(sun)~03.24(sun)

Thu~Fri 20:00 / Sat, Sun 17:00

 

 

 

 

 

  시간은 많되 자본이 부족한 대학생으로 문화생활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는 있지만, "내 생에 본 공연 중 최고였던 연극이었다" 이것이 나의 솔직한 평이다. 마스크 연극이라는 성격상 연극 자체에서는 배우들의 표정을 읽는 것이 아닌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하게 된다. 무대의 막이 오르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말이 없이도 작거나 큰 몸짓 하나하나로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팬더마임양식이었다.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공연양식이다. 어릴 적 읽었던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책에서 언뜻 본 기억이 있는 무대 진행 방식이었다.) 그래서 혹시 대사가 없나 싶다가도 순간 순간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사들은 최소한의 언어를 사용하여 몸짓으로 표현된 신체극임을 알 수 있었다.

 

  인상깊게 남았던 것은 해당 연극은 무대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객들의 객석을 넘나드는 형태의 연극은 고전 우리나라 극의 특징인 분리되지 않은 객석과 무대를 보여준다. 무대만이 배우들에게 한정된 공간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온 객석을 그들의 놀이판으로 만들고 관중들은 연극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존재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체가 공연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 거듭나도록 만들어준다. 배우가 숨바꼭질을 하기위해 관객의 옆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하고, 개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개구리 수색전에 참여되기도 하고.. 참으로 절묘하게 배우들은 관객석으로 달려든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연극'이라는 하나의 장르는 본디 서양에서 유입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유입되며 많은 시간을 거쳐 문화에 맞게 변형 되어 왔지만 우리 전통적인 극의 형태와는 다소 다른 것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해당 극에서는 연극의 여러 특징들을 마스크와 무대와 객석의 평면화 등을 도입해 기존의 연극과는 다른 색을 입혔다. 그렇기 때문에 "둘이 보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음" 이라는 소제목의 이 연극이 관객들에게 있어 "둘이보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이야기"로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해당 연극이 가지고 있는 성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장면 장면들이 너무나 기억에 남는다. 24살이라는 내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본디 시골에서 자라 도시친구들은 꿈에도 모르는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노인 동수의 추억 속의 시골 풍경은 내게 있어서도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의 공감도 공감이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이 해당 극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추억에 젖은 다소 생소해 보이는 듯 한 그들의 생활과 문화이다. 아버지가 이장인 것은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는 큰 자랑이며, 동네마다 퍼지는 동네 이장의 확성기 소리,  그리고 그 확성기너머 들리는 동네 주민들의 허울없고 적나라한 대화소리, 생전 처음보는 라디오(Radio)를 자랑처럼 들고와 자랑처럼 '라지오(Razio)'라 발음하며 자랑하며 춤추고 노는 아이들. 현재의 우리에겐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아련한 추억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다소 익숙한 풍경은 아니지만 우리의 귀로 듣기엔 막연하게 생소하게만 들리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성장 속도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기에 해당 이야기는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가 들려주던 자신들의 이야기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이야기에서 많은 관객들이 이 무대를 함께 웃으며 즐거워 할 수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 이야기의 소제목처럼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소라별'을 보고 '영원히 헤어지지 않'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헤어지면서 나눈 마지막은 그들이 평생을 기억할 것이고,  소라가 항시 가지고 다니던 하모니카는 노인이 된 동수 곁에서 연주되고 있다. 헤어졌지만 헤어지지 않은 연인, 기억, 추억. 아마 작가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극을 마무리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극자체의 재미도 재미였지만 무대역시 무척이나 인상에 남고, 공연 내내 삽입되던 음악 역시 너무 인상깊고 좋았다. 여러므로 정말 재미있게 관람했던 연극 이었다. 상영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연극이니 기회가 되는 많은 이들이 이 연극을 보고 함께 박장대소하고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3. 3. 8. 13:30 문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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