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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보리밭에 달 뜨면> - 배추벌레 인격 본문
이 도서는 과거의 문둥병(나병 혹은 한센병으로 불림) 환자들을 주제로 쓴 소설이다. 주제 또한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책을 집어 들게 된 계기는 영화로 유명해진 <실미도>의 작가인 백동호가 내 놓은 작품이라 더 관심이 갔기 때문이었다.
책을 처음 폈을때 느낀점은 당황스러움 이었다.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당황스러움 보다도 책을 피기 전 생각한 시대적 배경과의 불일치에서 오는 당황스러움 이었다. 이 책에서는 연도가 정확하게 언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인공 '한상혁'의 '오대산 타잔'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사람들을 피해서 숨어들어간 산속에서 마저도 편히 살지 못하고 그 안에서도 몰매를 맞으며 피해를 입어도 결국은 가해자일수밖에 없는 다소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이야기는 1960년대쯤으로 예상된다. 20-30 년대 강점기 소록도에서의 삶을 경험하고 나와 시간이 흐른 후의 배경이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의 삶은 변하고 강산마저도 변했으련만 그 거친 폭력과 언행은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 소설은 후반부로 갈 수록 주인공이던 한상혁은 관찰자로 혹은 조연으로 밀려난다. 그를 통해 나병환자들이 소록도로 유입되기까지의 과정, 계기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오대산에서 교도소로 끌려와 그의 과거를 이야기해 주지만 그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는 지나치게 특출난 인물도 아니고 혁신적인 인물도 아니다. 그저 소록도에서 중간쯤 하는 인물일 뿐이다. 화장터에서 일하면서 매일같이 감금실에서 나오는 훼손된 시체를 태우는 일을 하는 그이다. 잘사는 집배경으로 소록도에서 그나마 안정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 이지만말이다. 소록도의 고통스러운 일상을 실감나게 보여주며 묘사되는 인물들은 모두 그가 아닌 다른 인물들이다. 그의 소록도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다시 교도소 안. 다른이들이 감동이라도 받길 바랬지만 그런 분위기도 아니다. 그는 소록도를 탈출했지만 최후 나병환자에 대한 저주와 무조건식 적대감에서는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주연에서 조연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책의 서두에서 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배추벌레는 배추를 먹기 위해 태어났다. 배추벌레의 입장에서 보자면 적어도 인간보다는 배추를 먹을 권리를 타고났다. 하지만 배추벌레의 입장이나 권리를 고려해주는 인간은 없다. 오히려 혐오스럽다며 몹시 싫어할뿐더러 거침없이 밟아죽이곤 한다. 어째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밟아 죽이는 게 인간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배추벌레는 흉측하기 짝이 없는 벌레일 뿐이고 인간은 소중하며 우월한 존재이니까.
문제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도 똑같은 공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게르만족의 우월성이라는 마술에 도취된 나치에게 수백 만 명의 유태인들은 모두 하찮은 존재, 즉 인간배추벌레였을 뿐이다. 독가스를 이용해 하루에도 수천 명씩 열등민족 유태인을 학살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의 저녁식사는 여전히 맛있고 와인은 달콤할 뿐이었다. 수천 년 동안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인간배추벌레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부당하게 죽어갔다. (p.17)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깊게 보게 된것은 솔직히 일제강점기 생체실험보다 한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이었다. 갖은 노동과 착취 그리고 모진 학대, 무엇보다 생체실험으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는 소록도. 하지만 이 공간이 아닌 육지 또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낙원을 찾아 온 환자들은 소록도에서 그 희망마저 잃고 다시 탈출을 한다해도 그들을 반겨주는 곳은 없다. 돌팔매질 따가운 시선 그리고 신고로 인한 소록도 복귀. 악순환의 반복이며 그들이 안주할 곳은 없는 것이다. 배추벌레 같은 하찮은 인권. 같은 사람이지만 같을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 그들은 그런 세상을 살다 갔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다.
20대인 나는 솔직히 나병환자들을 실질적으로 본 적도 없고 주변에 그렇다하는 이야기또한 들어본적 없다. 이를 알게된 것은 수능 공부를 하면서 나온 서정주의 <문둥이> 시를 통해서였을 뿐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라던가 애환이라던가 하는 것에대해 생각해 본적도 없던 차였다. 어린아이가 문둥병의 치료약이 된다거나, 보리밭에 문둥이가 산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시대가 변함에따라 문둥병이 사라지며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나또한 시골에 살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왔다. 때문에 나에게는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에서의 애환이나 고통들을 중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책 자체는 읽기 가벼운 문체이나 이것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던 책이었다.
문둥이 - 서정주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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