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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013)> - 느끼다, 생각하다, 그리고 나아간다는 것 본문

영화 노트/영화 리뷰

<HER(2013)> - 느끼다, 생각하다, 그리고 나아간다는 것

Nom1000 2014. 12. 3. 21:52




  크게 보면 영화는 인공지능컴퓨터가 미래 감정의 영역을 대변해준다는 모티브로 시작한다. <그녀>의 장면 중 ‘테오도르’가 거니는 거리, 지하철, 광장, 옥상 등의 모든 세상들은 누구 하나 눈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이들을 볼 수 없다. 소통이 부재한 거리에선 어떤 사건도, 사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중 ‘테오도르’는 그 세상에서의 고독과 외로움의 표본으로 보인다. 



‘당신이 누구건, 당신이 무엇이 될 수 있건, 당신이 어디를 가건, 당신이 있는 곳에 무엇이 있건, 당신에게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 주고 알아 줄 수 있는 존재.’



  이는 영화 속 OS1의 광고 중 일부인데, 이것은 그녀의 존재 의의이자 존재 방향을 말해준다. 그렇게  ‘군중 속 고독’의 표본 테오도르에게 사만다와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그간 SF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들의 방향은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차지했다. 그 역할은 주로 스마트한 지능을 기반으로 특정업무를 담당하며, 차가운 기계가 가진 뛰어난 지식의 악용은 항시 걱정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방향을 바꿔 지적능력의 우월성에대한 고민을 뒤로하고, 감정과 소통 능력을 경험에 의거한 발전을 주된 주제로 삼는다. 



  ‘사만다’는 영화에서 끊임 없이 경험하고 감정의 지식을 쌓아 나간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수많은 사물을 날마다 새롭게 인지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극 중 사만다는 무척이나 감각적인 단어들을 내뱉는다. 아프다, 걱정한다, 신난다, 끔찍하다, 우쭐하다 등 대사 하나하나가 그녀의 심정을 대변한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만다라는 개체는 어쩌면 사람보다 더 예민한 살결을 지닌 존재로 비쳐진다. 사람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면모들은 관객들이 그녀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몰입하게 되고 영화 속 주인공 연인의 관계에 대해 미소 짓거나,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등의 공감을 자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끊임 없이 경험하고 배우는 사만다의 모습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감정들의 발견, 즉 무관심의 발견이다.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의 구분은 무엇일까.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안다고 생각되는 감정들이 하루라는 시간 동안 혹은 1분, 1초 동안이라도 우리 곁을 맴돌지만 우리는 이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기분 좋을 순간들과 감정들을 시쿤둥하게 놓치고 있거나, 무료함, 지루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만을 뇌리에 남기고 있지는 않던가 고민해보게 된다. 



  영화는 OS의 존재의의,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감정의 진정성과 한계에 이르기까지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영화 자체는 어렵고 복잡할 것도 없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명확한 해답이 없는 난애한 감정이다. 하지만 <그녀>를 통한 그녀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정들은 나에게 그랬듯이 관객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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