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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트/영화 리뷰

<마담뺑덕> - 내막, 접근 그리고 한계

Nom1000 2014. 10. 19. 20:20





 

<마담뺑덕> 이야기의 내막


판소리 『심청가』의 뺑덕어멈이라는 조연은 이 영화로 하여금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본이야기에서 문란한 악녀의 역할로 심봉사의 가산탕진의 원인이 되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 이야기의 핵을 가져옴과 동시에 심청이라는 주연을 뒤로 밀어낸다. 이야기의 주체가 된 뺑덕은 이라는 인물로 재탄생 해 순수함을 지닌 채 심학규에게 사랑을 배우고 분노를 배우게 된다. 영화는 원작의 선/악 구도를 뒤집으며, 문란한 뺑덕에서 문란한 심학규로 본디 뺑덕의 역할을 심학규에게 얹었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 내 뺑덕의 악행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엔딩은 심학규의 개과천선으로 막을 내린다.

 


어딘가 불편했던 뺑덕, 편하게 바라보기


고전 문학 학자인 작 중 인물 심학규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


고전 문학 중 여러 이본에 다르게 기술되는 인물들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모두 다른 인격을 지닌 각각의 개체이다.’


구전으로 전승된 판소리계 소설들의 특징은 이본이 많다는 것이다.  <마담뺑덕> 또한 『심청가』의 수 많은 이본 중 하나이다우리가 보고 있는 영화는 2014년판 『심청가』인 것이다. 이본들은 동일한 제목 아래 동일한 인물들로 등장하지만, 판소리가 광대의 입에서 입으로 광대의 심경에 따라 혹은 서민들의 반응에 의하여 서로 다른 이야기로 구술 전파 된 것 처럼, 영화의 시나라오 작가는 영화를 통해 조선시대 광대의 역할을 맡아 또 하나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한다. 영화 <마담뺑덕>은 관객들이 작품 논평을 떠나 『심청가』의 이본임을 생각하고 영화를 접하는 것이 한결 편하게 관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현대판 뺑덕이 우리에게 전한다. 무엇을?


판소리계 소설 중 『춘향가』 다음으로 예술성이 높기로 평가되는 『심청가』는 이야기의 맥이 심청의 ()’를 담고 있기에 가능했다. 출생부터 태생환경, 역경과 헌신, 심청에게 몰아 닥치는 모든 현실은 청자에게 안타까움, 애잔함 등의 슬픈 심중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고전문학의 이야기를 빌려 영상화 하려는 시도는 영상산업이 발달하면서 끊임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몇 작품들을 꼽아 보자면 <춘향전>, <쌍화점>, <심청전>, <장화홍련전> 등 고전이  어렵고 고루하다는 편견들을 깨고 원작을 활용해 현대의 텍스트 혹은 미디어등으로 수 많은 이본들이 창출되고 있다.


나는 영화를 기대하면서 기존 원작에서 효라는 유교적 사상을 강조한 것에 비하여 이야기를 현 시대에 맞게 현대적으로 풀어 내기를 바랐다. 작품이 고전을 활용한 것임을 모르고 영화관에 입장한 관객들 역시도 영화의 진행과 함께 작품 속 『심청가』를 인지하고 무의식적으로 염두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일반적인 고전 이야기 속 교훈을 보여준다. /악 뒤집기, 역할 바꾸기 등의 시도를 보였지만 결론은 행실과 복수심이 낳은 인과응보와 (권선)징악, 결말에서 보이는 주체들의 개과천선이다.


고전의 작 중 인물에 해당되는 모든 인물들을 영화 안에 심어 놓고, 주연을 바꾸어 이야기를 뒤집은 의도는 좋았으나, 관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관객들은 친근한 원작을 통해 색다른 느낌을 원했지만 결국은 고전적 친숙한 결말이기 때문에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많은 이들의 실망한 뒷모습을 보게 된 이유가 아닐까. 원작을 활용하는 데에는 메리트 만큼이나 패널티 역시 존재한다. 원작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존재감은 확실히 득이 될 수 있겠지만, 실이라면 원작의 존재감을 넘어서야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존재감이라는 권력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본전은커녕 관객(청자)들로 하여금 실망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본디 『심청가』라는 원작에서 전한 것은 효 사상을 두고 벌이는 심청의 애잔함이었으나, 영화에서는 원작의 감동도 색다른 감동도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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