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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판타지의 생성과 소멸 본문
(3.8)
<은교> 판타지의 생성과 붕괴
- 스포 포함
영화 초반을 관람하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은교>가 돈아까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단순히 뇌쇄적이기만했던 영화였다면 보지 않았을 영화였기 때문이다.
처음 느낀 심리적 불편함은 우선 전반부 이적요 역의 박해일의 연기였다. 책을 읽지 않고 보아서 그런것인가. 이적요란 인물이 언어 장애가 있나 싶은 생각도 문득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는 이적요의 시인으로서의 감성을 표현하고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방법이었던것 같다. 어색하리만치 문어체같은 말투가 익숙해질 무렵이면 관객들은 이미 시인 이적요라는 인물에 대하여 이해하고 느끼게 되어, 초반 당황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나 영화로 몰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적요를 느끼게 도와주는 몰입요소로는 극 중 '뾰족하면 슬픈 연필', '은교의 공주거울', '별이 똑같은 별이 아니다'와 같은 부분들이다. 이곳에서 시인으로서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사물하나에도 서로다른 이야기가 있고 느끼는 바가 다르다. 어떤이에게는 어떤 개연성도 의미도 느낌도 없는 하나의 사물이 시인에게는 하나의 연관선상이고 또다른 의미가 담기며 그에따라 서로다른 느낌을 가진 동일한 사물이 생성되는 것이다. 극을 진행하며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깨닫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배우 박해일이 아닌 시인 이적요를 만날 수 있다. 박해일의 다소 어눌해보이는 말투가 이적요의 감수성있는 목소리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 심리적 불편함은 은교(김고은)을 바라보는 이적요(박해일)의 눈빛이었다. 은교를 향한 이적요의 애정? 혹은 사랑이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공감하기도 전에 진행되어 육체를 탐하는 더러운 늙은이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예고편에서 서지우(김무열)가 소리치던 그대로 '더러운 스캔들'일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아직 이적요의 시적인 판타지가 관객들에게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은교'라는 판타지가 생성되고 파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적요는 어느날 한 소녀를 마주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그 이전의 세상에서 갇혀 지내다가 은교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하게되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기는 은교역시 마찬가지. '뾰족한 연필', '필통의 달그락거리는 소리' 등은 은교에게 색다른 세상으로 다가온다. 그 세상이 이적요를 통해 알게된 세상인지 시인을 통해 알게된 세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적요는 그렇게 은교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어간다. 그가 살던 세상는 무너지고 새로운 또하나의 세상이 열렸다. 그 세상의 중심에는 은교가 서 있다.
그가 음침하게 바라보는듯 했던 시선은 은교가 그의 가슴에 헤라를 그려주는 순간 꾼 꿈에 의해 조금씩 희석되기 시작한다. 초반부 초라한 그의 나체와는 대조적으로 은교로 인해 젊은날의 자신을 되찾은 그의 모습은 이적요의 보다 깊은 심중으로 관객들이 파고 들 수 있게 하고, 그의 감정을 전달한다. 그는 한 소녀의 웃음에 빠져들고 그 육체에 빠져들었다. 그의 상상은 곧 흩어져 버리지만 그의 판타지는 아직도 그 공간안에 존재한다. 그가 펜을 들고 그 판타지를 적어 내리는 순간에도 판타지는 그의 곁에서 봄햇살처럼 살랑거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관계는 위태위태 해 보인다. 영화 내의 '은교'라는 판타지는 일종의 순결의 대상이다. 난 그것이 깨어질까 두려운 것이다. 혹시라도 이적요가 그 판타지를 깨지 않을까 하는 고민으로 영화를 바라보았다. 이적요라는 인물에 대한 일종의 불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초반 이적요의 이미지에서 완벽하게 미화되지못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걱정은 이적요가 이상문학상시상식 무대에 올랐을때 날려 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무대에서 이런 말을 언급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이로서 시인 이적요가 가진 판타지이자 로맨스가 성립되는 것이다. 자칫 더러운 스캔들이 조금은 측은하고 안타까운 로맨스로의 전환이다. 그러던 이적요의 판타지는 영화의 결말로 다다가면서 제자 서지우에의하여 깨져 버리고 말지만 말이다.
화자는 영화 관람에 있어서 은교의 판타지를 중심으로 관람하였다. 하지만 해당영화의 볼거리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박해일과 김무열이라는 두 배우들 사이에서 자칫 걱정되던 신인배우 김고은의 괄목한만한 연기, 그리고 세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전등이 두시간여간의 시간을 이끌어가는데 지루함이 없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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